2016년도 8월, 옆지기* 프란치스코가 ‘담도암’이라는 판정을 받고, 어렵게 수술을 한 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되고, 옆지기가 하고 싶은 것들도 모두 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병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기에 이 시간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됐습니다. 그 시간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난 뒤 결국 재발되어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었고, 프란치스코를 하느님 곁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장례지도사인 제가 직접 프란치스코를 배웅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아직은 어린 베네딕토, 스콜라스티카와 함께 아빠의 빈공간을 채워가며 매일 눈물로 지내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뒤돌아보니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게 어느새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왜 저에게 이러한 상황들이 일어나야 하는지 하느님께 묻고 또 묻고, 따지기도 하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하고 살았나요?’라고 원망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께 점점 의지하게 되면서 하느님을 더 찾게 되었습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면서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는 이유가 있으니, 하느님의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라는 답을 얻게 되었고, 마음이 조금씩 비워지고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프란치스코의 영혼을 위한 연도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란치스코와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저희 부부에게 강복을 주시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 뒤로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를 떠나보내고 나서 장례지도사인 저는 유가족들을 대하는 상황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쉽지 않은 경험을 하고 나니, 유가족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분들의 마음을 더 읽어줄 수 있게 되었고,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면서 프란치스코와 마지막 이별을 할 수 있도록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저와 함께 있고, 저를 도와주시는 수호천사임을 정확히 알게 해주시는 주님, 저는 지금 이 시간이 감사합니다.
글 | 심은이 데레사(장례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