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익숙지 않던 학생 때에, 처음 올랐던 지리산 등반 이야기입니다. 정상인 천왕봉까지 가장 빠르지만 난이도 높은 ‘중산리 코스’로 오르면서 등산 초보자의 갈등, 등반 내내 오던 길을 되돌아가고픈 유혹이 일어났습니다. 언제든 내려갈 수 있다는 하산의 유혹을 이기고 겨우 정상 직전, 일명 ‘깔딱 고개’에 올랐을 때, 숨은 턱까지 차고, 다리 근육통까지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천왕봉이 보이고,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려 엉금엉금 기어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은 너무나 광활하고 아름다워 그동안의 힘겨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참 동안 편안히 지리산 품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장터목으로의 하산길은 마치 다른 존재가 된 듯 가볍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말할 때 자주 표현되고, 또한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행동하는 그룹을 언급할 때 사용되는 ‘티핑포인트’(임계점/급변점, Tipping/Critical Point)’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티핑포인트는 과학 용어와 사회적 표현에도 두루 사용되는데, 그 의미는 ‘갑자기 뒤집히는 점’, 또는 ‘결정적 변화 지점’으로 더 이상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저의 지리산 등반 이야기에서 티핑포인트는 바로 정상을 넘어서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를 1.5~2℃로 예측하며, 최근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는 그 지점까지 10년이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면 지구는 더 이상 스스로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절체절명의 시간을 맞게 됩니다. 이런 절박한 위기 앞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국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같은 급진적 행동단체는 ‘시간이 얼마 없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급격한 변화를 끌어낼까?’를 공부하다 2011년 체노웨스의 ‘3.5% 법칙’을 찾습니다. 역사상 체제에 저항한 많은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에서 여성참정권 운동, 흑인 인권운동과 같이 급진적, 지속적 그룹의 티핑포인트가 전체 3.5%가 될 때 성공했음을 알아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체제 저항이 아니더라도 묵은 관행이나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캠페인의 경우, 적극 행동파의 티핑포인트가 25%일 때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지구와 가난한 이들은 체제 전환을 위한 급진적 3.5%거나 사회적 변화를 위한 행동파 25%거나 어떻든, 기후위기의 티핑포인트를 막기 위한 선의의 사람들이 모여 지금 당장 직접 행동을 취할 때임을 온몸으로 울부짖고 있습니다.
“연대는 공동체와 관련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 역사를 만드는 길이며, 대중 운동이 실천하는 것이 바로 연대입니다”(모든 형제들 116항).
글 |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