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 남매를 둔 스텔라 씨는 유독 첫째 딸과의 관계가 어렵습니다. 자식인데도 가끔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갈등이 생기면 긴 시간 서로 단절하고 지냅니다. 스텔라 씨는 딸이 마음을 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답답하기도 하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화도 나지만, 금방 모두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에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둘째를 출산하고 조리원으로 들어가는 날, 엄마 다리를 붙잡으며 자기도 가겠다고 우는 첫째를 뿌리치는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스텔라 씨는 ‘나는 냉정한 엄마야, 차가운 사람이야, 내가 아이 양육을 잘못했어, 아이에게 잔인했어, 엄마답지 못했어, 좋은 엄마가 아니야, 이기적이야’라는 자기 비난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스텔라 씨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따뜻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한데 그 당시 자신의 행동은 자녀에게 상처를 줬고, 딸에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원인인 것 같아서 괴롭고 슬픕니다.
조리원에 들어가려던 스텔라 씨는 왜 첫째 아이의 손을 뿌리쳤을까요? 스텔라 씨는 시부모님과 살면서 연년생으로 아이를 갖게 되었고, 결혼 후 내내 긴장을 하고 지냈습니다. 잠을 편히 자기도 어려웠고, 어른들과 함께 살다 보니 휴식도 부족했습니다. 너무 지쳤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느껴져서 몸조리를 잘하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아이를 뿌리친 죄책감에만 묶여있었는데, 그때 충족하고자 했던 것을 떠올려보니 여러 가지 욕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지낸 20대 초반의 자신이 보였고, 그 모습이 안타깝고 애잔해지면서 용서가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현재 얼마나 자녀를 사랑하고 있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느껴지면서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고자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합니다. 후회하는 말이나 행동 뒤에는 그것으로 인해 충족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 순간에 충족하려고 했던 것도 있습니다. 충족되지 못한 것에만 집중하면서 죄책감이나 수치심으로 자책하게 되면 자신을 미워하거나 무기력해집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 원했던 중요한 욕구를 떠올려보면, 내가 한 행동의 이유가 명료해지면서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직시하고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텔라 씨는 지치고 서툰 엄마였던 20대의 자신을 연민으로 만난 이후로 딸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딸은 자신의 태도에 엄마가 오랜 시간 자책해온 것을 알게 되면서 엄마와 화해를 했고, 자주 대화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글 | 이윤정 요안나(비폭력 대화 국제공인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