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을 입관실로 모신 후, 염습을 진행하기 전에 늘 성호를 긋고 시작을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성호를 긋고 시작하니 고인에게 더 엄숙하게 대하고, 하느님 품으로 가시기를 기도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게 됩니다. 장례지도사로 21년 동안 일을 하면서 수없이 많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지만, 두 분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기에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분은 50대 초반의 자매님이셨는데, 알코올성 간경화로 얼굴이 노랗다 못해 새카맣게 되어버렸고, 복수가 계속 나와 염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임종을 맞이해서인지 모습이 편안해 보이지가 않으셨습니다. 어느덧 고인과 유가족의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주어졌고, 가족들은 입관 전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때 중학생 즈음 보이는 아들이 엄마에게 ‘엄마 다시는 우리 아는 사이로 만나지 말아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마지막 가시는 엄마에게 저런 모진 말을 할까, 집에 와서도 아들이 엄마에게 건넸던 마지막 인사말이 잊히지 않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한 분은 40대에 난소암 판정을 받은 자매님이셨는데,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만 나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 안에서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약속한 십여 년이 흘러 자녀들 모두 대학생이 되었을 때 병세가 악화되었고 가족들에게 “내가 먼저 가 있을게. 미안해. 고마웠고, 행복했다.”라고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고, 나중에 보자고 웃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누워있는 그분의 모습은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고, 그의 모습을 보는 가족들도 고인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편안하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미소를 띄우며 잠을 청하고 있는 듯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기도 안에서 죽음 준비를 참 잘했구나, 참 아름다운 모습이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의 모습이 마지막 모습에서 비춰지는 듯 지금이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될지 모르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해주신 하느님께 오늘 하루도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글 | 심은이 데레사(장례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