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으로 기후위기를 이겨낼 수 있느냐고요? 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은 어려워요. 그동안은 다 같이 어려움을 견뎌내야 합니다.”
며칠 전,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환경전문가와 경제전문가들이 모였고,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넘겨야 한다는 말은 그 자리에서 경제전문가가 했던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석유와 석탄을 태우며 내뿜는 탄소 때문에 지구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이어집니다. 산업혁명 이후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면 대재앙이 올 수 있다는데, 나날이 오르는 기온은 벌써 그 기준의 턱밑에 차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대체로 2040~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이란, 배출하는 탄소를 줄이고 나무 심기 등으로 공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게 이뤄지고 나면, 지구 온도 상승이 멈출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즐거운 대부분의 활동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려면 연료를 태워야 하니 탄소가 나오고, 그 이전에 자동차와 놀이기구를 만들어야 하니 철을 만들며 엄청난 탄소가 나옵니다. 컴퓨터를 사용해도, 비트코인을 채굴해도, 연탄을 때도 탄소가 나옵니다. 이 모든 활동을 줄인다면 정말 고통스럽겠지요? 그러나 희소식도 있습니다. 바로 ‘기술’에서 희망을 찾는 것입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타고,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친환경 건물을 지으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제가 경제전문가에게 던진 질문은 바로 ‘그런 일이 가능하냐’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실망스러우면서도 희망적이었습니다. 자동차를 덜 타고, 장거리 여행을 덜 다니고, 조금 비싼 전기요금을 내면서 살아야 할 수도 있으니 실망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정도만 인내하면서 기다리면 기술을 통해 환경재앙을 막을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합니다. 값싼 연탄이나 전기는 부자에게는 없어도 그만, 비싸도 그만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것들입니다. 고통은 공평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동자를 떠올리면서, 다 같이 인내해 봐야겠습니다. 동시에 어려운 분들에게는 더 많은 복지와 더 많은 봉사, 더 많은 사랑을 쏟아드려야겠습니다. 교회가 강조하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바로 이럴 때 더 지켜야 하는 원칙입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