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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위령성월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1-04 15:04:10 조회수 : 916

위령성월입니다. 나와 함께 이 세상에 발 딛고 살다가 먼저 떠난 사람들, 가족, 친구, 내가 알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기 좋은 성월입니다. 교회 달력은 12월 대림절을 통해 새해를 시작하기 때문에 한 해의 끝에 자리한 11월에 인생의 마지막을 묵상하는가 봅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111)은 세상을 훌륭하게 살았던 성인들을 통해 교회의 승리를 알리고,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112)은 연옥 영혼을 통해 인간의 참회를 묵상하게 합니다. 하루 차이로 11월 맨 앞자리의 날들이 인생의 두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가톨릭교회의 오랜 전통은 연옥 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마카베오기가 성경적 뒷받침을 하고 있습니다. 마카베오기 12장에 등장하는 유다는 싸움에서 전사한 군사들의 주검을 거두어 조상들의 무덤에 묻어주려 합니다. 그런데 죽은 자들마다 그 옷 속에서 우상들의 패가 발견됩니다. 유다는 그들이 전사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주님께 탄원하며 간청합니다. 그런 다음 사람들에게서 모금을 하여 그들을 위한 속죄의 제물을 바쳐달라고 예루살렘으로 보내는데 성경은 그는 부활을 생각하며 그토록 훌륭하고 숭고한 일을 하였다. 그가 전사들이 부활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면,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 쓸모없고 어리석은 일이었을 것이다.”(2마카 12,43-44)라고 평가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세상 삶을 마치고 하느님 품에 안기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크고 작은 흠이 있고 결함을 지닙니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 딸에게 회초리를 드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하느님께서 왜 인간이 죽은 이후에 참회의 시간을 준비해두셨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부모님께 혼나고 나면 어둡고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빨리 벗어나 마음이 편해집니다.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러한 어두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하느님 품에서 빛과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가난한 과부의 보잘것없는 헌금에 눈을 들어 주목하시는(마르 12,41-44) 예수님의 마음은 힘든 삶을 영위하는 이의 속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합니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아시고 나약함과 부족함, 흠과 결함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이해하는 분이시기에 나를 맡기고 나의 뒷날까지도 모두 그분께 맡길 수 있습니다. 나 역시도 다른 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려 합니다. 그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이거나 이미 생을 달리한 사람이거나 관계없이 말입니다.


글 | 심재형 예로니모 신부(성직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