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장을 받아볼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라틴어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내 차례요, 내일은 네 차례). 최근 동료 수도자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 살아오신 모습 그대로 세상을 떠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생전 항상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와 감사의 삶을 살아오신 분들은 떠나시는 모습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두렵고 떨릴 만도 한데, 본인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모습이 정녕 눈물겹습니다. 평소 배려와 친절의 삶을 산 사람들은 병상에서도, 죽음의 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족들에게 털끝만큼의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연명 치료 거부 사전 의향서’를 작성했습니다. 일찌감치 ‘장기 및 시신 기증 각서’에 사인을 하시고, 그 어떤 유산보다도 소중한 품격 있는 유언서도 작성하셨습니다. 이름하여 ‘착한 죽음의 연습’입니다.
돌아보니 그 어느 것 하나 선물 아닌 것이 없습니다. 파릇파릇한 청춘도 선물이지만 저물어가는 노년기도 선물입니다. 충만한 기쁨의 삶도 선물이지만, 혹독한 고통도 우리를 성숙으로 초대하는 선물입니다. 삶도 선물이지만 죽음도 선물입니다.
위령성월을 지내며 언제인지 모르지만 섬광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을 보다 잘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가장 좋은 준비는 ‘꾸준한 기도와 적극적인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착한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
(베네딕토 13세 교황)
자애 깊으신 주 예수님, 당신의 고난과 피땀과 죽으심으로 청하오니 제가 준비 없는 불의의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지극히 인자하신 주 예수님, 당신이 당하신 극심한 고통과 혹독한 편태와 가시관으로 청하오니, 제가 준비 없이 또 성사를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하지 말게 하소서.
저의 하느님이신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의 모든 고통과 성혈과 상처로 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황급히 이 세상을 떠나지 말게 하소서.
저의 구원자이신 예수님, 당신이 만드신 이 생명을 황급히 부르지 마시고 죄를 보속할 시간을 주소서. 영원히 주님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 안에서 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주 예수님,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표시인 십자가상의 다섯 상처로 청하오니, 세상의 모든 이를 구원하기 위해 흘리신 그 거룩한 피로 구원된 이 종이 착한 죽음을 맞게 도움 주소서.
아멘.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