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이곳에 있는 영혼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이들에게 비추소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안치실 문을 열고 들어가 안치되어 계신 고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부터 갖춥니다. 각자 저마다의 삶을 살다가 평등한 죽음 앞에 몸을 내려놓은 고인들을 위해, 출근하여 제일 먼저 이곳에 계신 영혼들을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빈소를 한곳한곳 둘러보며 고인의 영정에 목례로 예를 갖춥니다.
제가 이렇게 기도하게 된 것은 지금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녀님들을 만난 후부터입니다. 그동안 저는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인에게 인사와 기도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수녀님들은 달랐습니다. 해야 할 일과 근심은 다른 세상에 두고 온 듯, 고인을 마주한 순간만큼은 정중하게 예를 갖춰 기도하시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 마음속에 밝은 불빛 하나가 켜졌습니다.
“밤새 눈 좀 붙이셨어요?”
상주와 유가족들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넵니다. 밤사이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 힘들진 않으신지 일일이 챙깁니다. 처음에는 유가족들을 찾아뵙는 게 쑥스러웠습니다. 아침에 찾아가서 인사를 건네는 게 혹시나 유가족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닌지 노파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다가갔고, 대화를 나누며 그분들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진심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웃음으로 저를 맞이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곳은 저의 일터이고, 그분들은 저에게 와서 머무는 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편안할 수 없는 슬픔의 공간이지만, 저는 고인과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잘 머물다 가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말 든든한 하느님이 늘 저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도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또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감사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 | 심은이 데레사(장례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