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공동체 식탁 분위기는 정말 유쾌하고 다이나믹합니다. 식탁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양한 주제의 에피소드들과 아재 개그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옵니다. 물론 골백번도 더 들은 이야기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래도 썰렁하고 어색한 분위기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한번은 가볍게 시작한 대화가 진지한 분위기로 연결되었습니다.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까?” 즉시 맹반격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되죠. 어떻게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요?” 그러자 또 묻습니다. “그럼 담배 피우면서 기도는 할 수 있나요?” “음~ 그건 괜찮을 듯한데요!”
가끔 기도하면서 알쏭달쏭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하면서 기도할 수 있을까요? 꽃밭을 가꾼다든지, 텃밭을 일군다든지, 단순 노동 중에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험 요소들이 산재한 산업 현장이나 순식간에 수십억 원이 오가는 증권회사에서는 기도보다 초집중이 더 요구되지 않을까요? 40여 년간의 수도 생활을 오로지 수도원 주방 안에서 냄비와 프라이팬과 함께 보냈던 부활의 라우렌시오 수사님은 그 어떤 일 가운데서도 기도가 가능하다고 외쳤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허드렛일을 통해서 하느님의 현존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는 늘 깨어 있을 때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가 거룩하게 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자신이 하는 일 가운데 현존하신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도를 향한 우리의 활짝 열린 마음이 아닐까요? 성당에서도 기도하지만, 삶의 현장에서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위험한 일, 초집중이 요구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짧게나마 시작 기도를 바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일에 임해야겠습니다. 분주한 일과 속에서도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항상 성령께서, 그리고 성모님께서 내가 하는 일 속에 반드시 현존하신다고 확신하며 그 일을 해야겠습니다.
온종일 시끌벅적,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재래시장 좌판에 앉으신 할머님께서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지극정성으로 묵주 알을 돌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도인지 모릅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환한 얼굴로 정성껏 요리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기도 중의 기도입니다.
“거룩함에 이르는 길은 일을 바꾸는 데 있지 않고, 지금 하는 평범한 일을 하느님을 위해 하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은 일의 위대함을 보지 않으시고, 그 일을 얼마나 깊은 사랑으로 하는가를 보시기 때문입니다”(부활의 라우렌시오 수사).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