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퇴근길에 전진상의원과 요셉의원에서 격주 진료가 일상화되었습니다. 의료봉사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1997년 봄, 의대 가톨릭학생회(이하 카사) 후배인 안00 교수로부터 외국인 노동자 진료를 부탁받았습니다. 안 교수와 당시 카사 지도교수였던 김0 교수가 사회적 약자였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진료소를 만들면서 저에게 봉사를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두 군데에서 진료 봉사를 하고 있어서 새로운 일을 벌이기가 망설여졌지만, 날짜가 겹치지 않아서 카사 후배들이랑 진료팀을 만들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진료하는 신경외과 환자들 대부분은 노동자들이다 보니 목이나 허리 디스크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무료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받게 했고, 뇌종양이나 척추 종양 환자들 몇 명은 제가 근무하던 서울백병원과 건국대병원의 협조를 받아 치료했습니다. 그 기억들은 지금까지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2005년에는 건국대병원으로 이직하면서 다음 해 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에 의료봉사를 주제로 한 사회의학 강좌를 개설하게 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제가 봉사하던 전진상의원, 요셉의원, 라파엘 클리닉을 소개했고, 아프리카, 남미, 몽골, 동남아 등 해외 의료봉사 경험자들을 강사로 초빙해 그들의 경험담도 소개했습니다. 특히 2007년 보령의료봉사상을 받을 때 이태석 신부님의 남수단 의료봉사 활동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울지마 톤즈’ 제작자였던 구00 감독을 알게 되어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감독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강의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강의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의료봉사 강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의료봉사 써클(KAMSA, 이하 감사)을 만들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 절반 이상이 가입해 만든 감사는 지금까지 라파엘 클리닉에서 진료를 도와주며 외국인 노동자 진료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몇 달 전 명동 밥집 옆에 개설된 노숙인들을 위한 진료소에서도 우리 감사 학생들이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또 의사가 된 일부 학생들이 자선 의료봉사를 지속해오고 있음을 보면서 감사 지도교수이자 봉사의 씨를 뿌린 입장에서 대단히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45년 동안 의사로 살아오면서 전진상의원, 요셉의원, 라파엘 클리닉에서의 봉사를 통해 여러 과분한 영예를 받았는데, 어린 시절 사제를 꿈꾸었던 저를 그분께서 이런 길로 이끄셨음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글 | 고영초 가시미로(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자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