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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습니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0-14 08:42:46 조회수 : 818

칠레 북부의 사막과 바다가 있는 도시, 안토파가스타의 카르멘 성모 성당 주임 신부 문 베드로입니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살다가 2년 전에 이 도시로 왔는데 본당에 부임한 다음 주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1년 넘게 신자들 얼굴도 모르고 카메라만 보면서 온라인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최근 두세 달 동안,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대면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를 집전하고 있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마스크와 신자들이 오지 못하는 성전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예전처럼 마스크 없이 모두 모여 미사를 봉헌하길 바랍니다.

 

저는 칠레에 있다.” 혹은 칠레에 살고 있다.” 라고 주로 소개합니다. “선교한다.” 라는 표현은 제가 사는 모습에 비해서 조금은 거창해 보이고, 마치 대단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스러운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 외에 전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회의를 하고, 신자들과 웃고 떠들고, 스페인어를 쓴다는 것 말고는 한국에서 지내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선교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은 부담을 먼저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를 붙잡고 설명하고 권유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엇을 들고 나가서 흔들고 외쳐야 하는지, 많은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결국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끝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교가 그렇게 거창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십니다. “종이 되다.”는 마치 선교하라.’는 말처럼 참으로 힘들고, 거창한 목표같이 들립니다. 누군가를 섬기는 종이 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운 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가 실천하지 못하는 말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종이 되신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실천적인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만 모든 이와 친구가 되어 그들과 사셨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을 두고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나 죄인들의 친구다.”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단한 일은 너무도 쉽고 가까이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우 실천적입니다.


| 문석훈 베드로 신부(칠레 선교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