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방법을 묻습니다. 이 사람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모든 계명을 어려서부터 잘 지켜왔던 사람입니다. 예수님도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볼 정도로 바른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말씀하시며,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고 나서 당신을 따르라고 하시며 영원한 생명으로의 길을 알려주십니다.
제가 선교중인 남수단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불립니다. 유엔의 식량 원조 없이는 소위 ‘보릿고개’ 같은 시기를 넘기기가 너무 힘이듭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이 힘들 때 서로 살피고 돕습니다. 그들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살고 있는 저에게도 달걀도 가져오고 강에서 잡은 생선도 가져다 줍니다. 공소를 방문하면 닭도 잡고 염소도 봉헌합니다.
쉐벳 본당에 아브라함이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시장에서 일하면서 자기가 받은 월급의 10퍼센트를 매달 교무금이라며 가져옵니다. 이들에게는 매우 큰 돈입니다. 이만큼을 본인을 위해 쓴다면 다른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서 이웃과 교회에 대한 사랑을 배웁니다.
더 갖고 싶어 더 누리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을 더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 앞에서 가진 것을 내려 놓으면 하느님은 더 크게 갚아 주십니다.
오늘 복음은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계명을 잘 지키는 바른 사람이었지만 많은 재물을 버리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성경에 ‘어떤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성경에 남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백 배의 보상을 받은 것입니다.
가진 것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를 따라라.’ 하고 부를 때 내가 그것을 버릴 수 있으면 됩니다. 아브라함이 어려운 와중에 교무금을 봉헌하고 이웃 사람들이 나누고 사랑을 베풀었을 때, 그들은 ‘버리고 따랐습니다.’ 소유하되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버리고 따를 수 있습니다.
글 | 이상권 미카엘 신부(남수단 선교 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