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과 둘러앉아 조만간 다가올 노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또 노인이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몇 가지 큰 가닥을 잡고, 같이 노력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첫째, ‘아직 나는 젊으니, 좀 더 나이 들면 준비하지.’가 아니라, ‘오늘부터’ 노년기를 준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편안하고 잘 웃는 노인이 참 보기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전혀 웃지 않고 울적한 얼굴인데, 나이 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겠지요.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오늘부터 좀 더 너그러워지고, 좀 더 편안한 얼굴로 살아가야겠습니다.
둘째,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기도하는 존재로 탈바꿈해 나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들수록 우리는 점점 세상 사람들로부터 잊히고, 소외감은 커져만 가겠지요? 그때 분노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좀 더 자주 성체 앞에 앉고, 좀 더 자주 주님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려가는 영적인 존재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인간에게보다 주님께 투자하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야겠습니다.
셋째, 나이 들어갈수록 유머 감각을 좀 더 키워나가야겠습니다. ‘난 체질상 유머와는 무관한 사람이야.’라고 포기하지 말고, 오늘부터라도 ‘깔깔 유머 백과’ 한 권씩 사서 들고 다니면서, 이웃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마술사로 변신해야겠습니다. 단 너무 지나쳐서는 안되겠습니다. 괜히 이곳저곳 참견하다가 웃기는 상황 연출하지 말고,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짐)를 잘 하는 노년이 되어야겠습니다.
기도하는 노인 하니 즉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한나라는 여성 예언자입니다. 루카 복음사가 표현에 따르면 그녀의 생애는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36-37).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나 예언자는 13세에 혼인해서 7년간 결혼생활을 했으니, 20살에 남편과 사별한 것입니다. 그리고 84세가 되기까지 64년간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온 것입니다.
이런 한나 예언자의 깊은 신앙과 충실성에 하느님께서도 크게 응답하셨습니다. 그녀에게 당시로서는 놀랄 정도의 장수(長壽)를 허락했으며, 세상을 떠나기 전 구세주 하느님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뵙는 은총, 지복직관(至福直觀)의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다들 꿈꾸실 것입니다. 영적이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노년기! 그렇다면 한나 예언자를 바라봐야 합니다. 그녀는 젊은 시절부터 충만한 기도생활을 추구했고, 그 맛에 깊이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살아생전 구세주 하느님을 직접 눈으로 뵙는 평생소원을 이루었습니다.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