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한다.’라는 의무감으로 억지로 하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것, 식사준비나 빨래, 청소와 같은 집안일, 결혼이나 출산, 육아, 제사나 명절, 집안 행사 참여, 결혼식이나 생일파티, 장례식에 가는 것, 종교의례, 누군가와대화, 회의하기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시나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즐겁게 하려고 마음먹어보기도 하고, 사회적인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한다며 세상을 원망하다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한다는 생각에 억울해서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충족되는 욕구에 초점을 맞추며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든지, 충족되지 않는 욕구에 초점을 맞추어 비관적인 표현을 하거나 자신을 불행하게 느낍니다. 그러나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억지로 한다고 불편해하는 일도 무언가 충족되는 욕구가 있어서 자신이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매 순간 충족되는 욕구와 충족되지 않는 욕구는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집안 행사에 참석 여부를 선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집안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어떤 욕구가 충족될까요? 친밀감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 소식을 나누고 관심을 표현하는 것, 축하와 돌봄 등 충족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충족되지 않는 욕구 때문에 짜증이 납니다. 쉬지 못하고 움직여야 하니 휴식이 모자라고, 때로는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갈등이 생기거나 편치않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방식으로 충족되는 것과 충족되지 않는 것을 살펴보고 선택하면 삶의 주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 가기로 선택한다면 휴식, 재미, 편안함은 충족할 수 있지만 친밀감, 공유, 나눔, 관심, 축하와 돌봄을 위해서 무엇(축의금이나 선물을 보낸다든가 통화 등)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를 권합니다. 반대로 참석하기로 선택한다면 휴식, 재미, 편안함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아이디어(참석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돌아와서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등의 자기돌봄)를 떠올려 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나의 선택임을 의식하면서 그 순간에 충족되는 것을 축하하고, 충족되지 않는 것을 돌볼 수 있다면 보다 행복해질 것입니다.
글 | 이윤정 요안나(비폭력대화 국제공인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