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에 오랜만에 기쁜 소식이 실려 있었습니다. 수원교구가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세계가 미국인처럼 살면 지구 4~5개가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화제에 올랐던 일이 있습니다. 이미 십수 년 전에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소비를 많이 하는 경제 대국이었습니다. 그러니 전세계 모든 사람이 가장 소비를 많이 하는 미국인처럼 자원을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한다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만큼 전세계가 소비하려고 해도 지구 3.5개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뿐일까요? 그동안 중국도 인도도 많은 아프리카대륙의 개발도상국들도 힘을 내어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득도 소비도 많이 늘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좋은 일입니다. 전세계를 보면 가난한 사람의 숫자는 아직 많지만, 그래도 절대빈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세계인 모두가 미국인처럼 사는 세상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구 4~5개가 있어야 지탱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는 것이지요. 기후위기는 이미 눈앞에 닥쳤습니다. 지금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 정도 오른 상태인데, 이게 1.5도를 넘으면 대형 재난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면, 다음 세대에게 지구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비극을 피하려면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의 수출에 매기는 탄소국경세 같은 정책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큰 전환에는 아픔이 따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 중심의 성장 경로를 걸어왔습니다. 이런 산업이 가진 자산의 상당부분은 쓸모없게 될 것입니다.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의 30~40%가 좌초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미 부자가 된 국가들과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며 스스로 변화하는 것은, 오늘 복음 말씀처럼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기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결단해야 합니다. 모두가 두려워서 멈칫거릴 때, 누군가는 먼저 행동해야 많은 사람들이 따를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의 용기있는 탄소중립 선언이 반가웠던 이유입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