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종신부로 파견되어 군부대 안에서 살아가면서 당황했던 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제 첫 소임지 때문인데 많은 군종신부님은 보통 첫 소임을 ‘전방’에서 하는 반면, 저는 소임지가 ‘부산’이었습니다. 부산으로 발령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부산에 육군이 있나?’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 부대에서도 늘 겪는 것인데, 바로 ‘부대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군종신부의 사목활동에는 격오지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장병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인성교육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격오지에 위치한 부대를 찾아갈 때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보통 군부대는 안보상 ‘네비게이션’에 나타나지 않는데, 이런 격오지에 위치한 부대는 워낙 깊숙한 곳에 있기 때문에 깊은 산중에서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간신히 부대를 찾고 난 후엔 ‘이런 곳에도 군부대가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며 제가 군종신부가 아니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찾으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찾게 되지만, 그러한 마음이 자리하지 않을 때에는 절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마음’이라는 것은 강하면서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도 우리에게 이 점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도,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기도, 또 내 옆에 있는 소중한 것을 보기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현역병’으로 군대에 다녀온 이후 군부대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군생활의 경험이 썩 아름답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군대는 ‘이제 나와 상관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군종신부로서 힘들고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도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장병들을 찾아가서 위로해주고, 미사와 고해성사를 청하는 용사들이 있을 때면 어디라도 달려가 조그마한 회의실에서라도 옹기종기 앉아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삶을 살다보니 군대를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저의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삶의 자세 또한 달라짐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저의 삶은 이제 군대와 상관없다던 완고한 마음에서 이곳에 저에게 맡겨진 ‘사명’이 있다는 생각이 자리한 다음부터 입니다.
교우분들께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내 마음에 어떤 것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우리 주변의 것을 놓치기도 하고,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군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군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를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마음’으로 이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이 마음이 쉽지 않은 군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입니다.
오늘은 군인주일입니다. 우리 교우분들께 군대라는 낯선 곳에서 온마음으로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우리 자녀요, 형제인 군인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글 | 이성현 모세 신부(군종교구 충의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