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성모님을 사랑했고, 묵주기도를 좋아했던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묵주기도에 대한 고백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묵주기도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단순하고 깊이가 있고, 훌륭한 묵상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바칠 때마다, 제 영혼의 눈 앞에는 예수 그리스도 생애의 중요한 사건들이 지나갑니다. 이 기도의 신비는 성모님의 마음을 통해서 예수님과 함께 살아있는 친교를 나눌 수 있게 저를 이끕니다. 찬미의 기도이며 간구의 기도인 이 기도가 묵상기도로 넘어가길 희망합니다. 묵상을 동반하지 않는 묵주기도는 영혼이 없는 육신과 같습니다.”
따지고 보니 묵주기도는 참으로 높은 수준과 품격을 갖춘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복음서에 근거하고, 복음서에서 출발하며, 복음서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도는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 역사 안에 들어오시어 구원 사업을 이루신 중요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조화롭게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 그분께서 행하신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는 기도입니다. 하느님 구원사업 전체를 관상하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기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도를 바칠 때 복음의 마음으로 바쳐야 합니다. 복음에서 출발해서, 복음을 진지하게 묵상하고, 복음을 실제 삶 안에서 실천하고, 다시금 복음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기도가 묵주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묵주기도의 수준을 떨어트리고 올리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 기도를 바치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이 기도를 빨리빨리 해치워야 할 숙제로 여긴다면, 다양한 잡념 속에 설렁설렁, 대충대충 가볍게 바친다면 이 기도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묵주기도를 기적의 요술 방망이나 자동판매기처럼 여기고 바친다면 묵주기도 수준을 대폭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잡다한 이기적인 바람들을 한데 모아 계속해서 성모님을 졸라댄다면, 이 기도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마다, 다른 무엇보다도 성모님의 마음으로 기도를 바쳐야 할 것입니다. 한 단 한 단 넘어갈 때마다 각 단이 지향하는 예수님의 일생을 곰곰이 묵상하면서 기도를 바쳐야 하겠습니다.
묵주기도를 그냥 생각 없이 바치기보다 지극히 겸손했던 예수님의 마구간 탄생, 정겨웠던 나자렛 성가정에서의 생활, 희망에 찬 출가, 활기찼던 공생활, 연민과 사랑이 가득했던 착한 목자로서의 삶을 묵상하면서 바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