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성지에서는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과 이성례 마리아 복자 외에 ‘이 에메렌시아’ 순교자가 한 분 더 계십니다. 이 에메렌시아는 이번에 하느님의 종에 오르신 분이십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녀의 무덤은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 옆에 모셔져 있었고, 그 유해는 현재 명동대성당 지하 소성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에메렌시아 순교자를 소개하려 합니다. 그녀의 신앙과 삶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됩니다.
“이순빈 베드로의 누이인 그녀는 예산 고을의 양가 출신으로 외교인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그녀는 20세가량 되었을 때 오빠에게서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믿기 시작하여 비교적 늦게 천주교에 입교하였습니다.
그녀는 입교를 결심한 이후부터 미신 행위를 끊어버리고 성교회의 모든 대소재(大小齎)를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그것을 알고 몹시 분노하여 그녀를 학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끔 몹시 매를 때려 손발을 쓰지 못하게 하는 일도 있었고, 겨울 추위에 옷을 벗겨 여러 시간을 눈 속에 매달아 두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시련이 5, 6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불굴의 신앙을 가지고 모든 것을 조용히 참아 견디며 겸손하게 순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시부모에게 효성을 충실히 다하여 그녀를 아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또한 남편에게 천주교의 진리를 알리려고 노력하였고 마침내 그를 입교시켰습니다. 그후 부부는 천주교를 더 자유로이 봉행하기 위하여 함께 산으로 피해 들어갔는데, 그녀의 남편은 죽을 임시에 세례를 받고 신덕(信德)을 지니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과부가 된 그녀는 그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그녀의 오라버니들이 살고 있는 수리산 교우촌으로 와서 살았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충실히 살다가 1839년에 순교했습니다. 1830년대 가장 평범한 조선의 여인으로 살았던 이 에메렌시아의 신앙은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교회사학 제6호, 최경환 성인과 수리산 성지, 수원교회사 연구소, 2009, 132-133 참조).
그녀는 성인도 복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순교자이십니다. 하느님을 증거하고 예수님을 증거하다 옥사하신 확실한 순교자이십니다. 따라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신앙을 지켜나간 이 에메렌시아 순교자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글 | 이헌수 요셉 신부(수리산 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