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떼제공동체에서 장기봉사자로 지내며 선창자와 솔리스트로도 음악봉사를 했었습니다. 주로 ‘찬양’으로 하는 기도라서 수사님들의 남성 목소리와 함께 기도를 풍성하게 하는 여성 목소리가 필요해, 안정적으로 노래할 수 있는 1-2명의 여성 장기봉사자가 솔리스트가 되곤 합니다. 솔리스트는 함께 모인 사람들이 부르는 4성부의 찬양 위에 조화롭고 아름답게 다른 선율과 가사를 얹어, 짧게 반복되는 찬양이 지루하지 않고 더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성당 맨 앞, 기도에 방해되지 않게 앉은 채로 노래하니 드러나지는 않지만 항상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기도 후에도 성당에 남아 신자들과 노래를 이어하다보면 종종 주변에 있던 신자들이 제 찬양이 기도에 도움이 되었다며, 꼭 음악을 계속 하라는 쪽지를 전해주었습니다. 매번 감동과 함께 늘 좋아하던 음악을 제대로 해봐야겠다 다짐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서울에서 매달 ‘떼제찬양으로 드리는 기도’를 이끄는 음악봉사를 했고, 우연히 오카리나라는 악기에 빠져 오카리나 연주자의 길을 시작하며 떼제기도에서도 연주했습니다.
오카리나는 하느님이 사람을 만드신 것처럼 흙을 빚어 만든 악기입니다. 거기에 연주자가 호흡을 불어넣어 연주를 한다는 점이 왠지 성경적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악기가 작고 소박하며 자연친화적이라서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카리나는 소리내기는 쉽지만 음의 높낮이에 굉장히 예민해서 연주를 할수록 어렵다 느끼지만, 노래하는 느낌과 참 비슷한 악기 같습니다.
그렇게 악기에 빠져 열심히 연주 생활을 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과 특별한 우정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왔을 때, 떼제에서 저의 일상이었던 환대의 정신으로 대하였더니 그 마음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작년 말, 오카리나 최고 연주자인 파비오 갈리아니를 통해 ‘피굴리노’라는 오카리나에서 변형한 악기를 선물 받았습니다. C키 악기는 이미 봤었지만, 2019년에 새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음색의 G키 악기를 아시아에서 제가 처음으로 받아볼 수 있어 감격스러웠고 처음 연주하면서도 낯설지 않고 저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오카리나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피굴리노와의 만남도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었고 항상 예비하시고 계신 그분께서 또 다른 길을 열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악기들과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드리며 이 악기를 통해 또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기를 청합니다.
글 | 유혜진 마리아(오카리나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