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부지방의 ‘떼제’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남자수도회 ‘떼제공동체’에는 매주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듭니다. 저도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장기봉사자로 지냈고, 그 후로도 몇 차례 방문하였습니다. 떼제에서는 저처럼 불면증으로 쉽게 깊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도, 자주 졸리고 배고파집니다. 소박한 식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기분 좋은 피로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함께 일을 하고 부대끼며 생활합니다. 또 하루 3번 공동 식사, 공동 기도 시간이 있습니다. 기도 중에는 주로 찬양을 합니다.
제가 떼제에 다녀왔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왜 그 시골 마을에 그리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것이냐’라고 묻곤 합니다. 그리고 제게 개인적으로도 묻습니다. 왜 그곳까지 갔으며, 왜 그리 오래 머물렀느냐고. 반대로 떼제에서는 여러 수사님들과, 함께 살던 청년들이 ‘왜 한국인들은 그 멀리서 이곳을 찾아오며, 어떻게 한국인이 오지 않는 주간이 없느냐’라고 제게 묻습니다. 물론 유독 한국인들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한국인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에 대해서 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와 환경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기도 안에서 느껴지는 평안함과 따뜻함, 또 그와는 상반되는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에너지, 이 모든 것들의 어우러짐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젊은이들끼리 서로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고 배우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함께 찬양하면서 함께 기도하는 즐거움을 새롭게 느끼고, 성경 나눔을 하면서 같은 구절을 다르게 보는 여러 시각을 통해 새롭게 느끼기도 하고 공감합니다. 단순한 일정과 식사로 우리 기본적인 욕구에 집중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엇을 해야만 한다.’라는 식의 강요나 설교 없이, 자유로이 함께 기도할 수 있음이 젊은이들을 자유롭고 평안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며 제일 먼저 걱정된 곳이 ‘떼제’였고, 마음이 산란해지고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종종 생각나는 곳도 ‘떼제’입니다. 그곳에서 마음껏 졸려하고 배고파하고 싶습니다. 물론 어디에나 계시는 그분이지만, 바쁜 일상에서 그분의 존재를 깊게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혹은 그곳에서 느꼈었던 그때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추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찾아갈 그곳을 그리며, 내 삶의 이 자리에서도 그 분의 현존과 보살핌을 느낄 수 있기를 청해봅니다.
글 | 유혜진 마리아(오카리나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