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2005년 2월 12일, 아마존 유역 파라주에서는 6발의 총성이 울리고, 70대 고령의 도로시 스탱 수녀가 마태오 복음 5장 9절이 펼쳐진 성경과 함께 낙화(落花)하셨습니다. 도로시 스탱 수녀는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지킴이’로, 반평생을 아마존의 환경과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농민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삼림개발업자들에 맞서 비폭력으로 저항하다 순교하셨습니다.
바야흐로 보편 교회는 이웃 교회들과 함께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부터 시작된 창조 시기(Season of Creation)를 보내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 연대인 창조 시기, 올해 주제는 ‘우리 모두의 집, 하느님의 집을 새롭게 하기’입니다. 이 주제에 담긴 의미는 ‘환대’의 역사적 상징인 ‘아브라함의 천막’을 치라는 권고입니다. 이는 ‘창세기’의 아브라함처럼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 하느님의 집(οἶκος, 오이코스)을 보호하고, 기후난민과 같이 자신의 안식처를 잃은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조건 없이 환대하라는 부르심의 초대입니다.
아울러 한국 교회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보내고 있습니다. 현대의 순교는 피를 흘리지 않기에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사는 것’이라는 의미로 ‘녹색 순교’라고도 표현합니다. ‘녹색 순교’가 한국 초대교회 신자들의 신앙적 치열함에 비해 약한 의미가 아니기에, 현재 절박한 생태적 위기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도로시 스탱 수녀처럼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보다 급진적인 신앙적 결단이 따라야겠습니다. 이러한 응답에는 일상 안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을 포함하여, 하느님의 집, 거대한 우주 그물망의 작은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자각, 즉 온전한 생태적 회개를 통한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범람하는 성장주의와 산업자본주의의 물신적 우상숭배의 구조적 악에 저항하는 정책적 전환에도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녹색 순교 한 가지, 앞으로 진행될 중요한 국제회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와 ‘제15차 생물다양성 협약에 관한 당사국 총회(COP15)에 참여하는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 및 생태정의를 위해 대담하게 행동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건강한 지구, 건강한 사람들’ 청원 서명에 동참해 주십시오. 덧붙여, 우리나라에서도 “2030년 탈석탄, 2050 탄소중립”에 대한 확고한 실행안이 담긴 ‘기후정의법의 입법’과 기후정책 수립을 위해 9월에 진행될 기후 관련 대중집회(9.24~25, 코로나 방역단계에 따라 온라인 집회로 대체)에 순교의 열정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글 |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