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제자들에게 물어보시고, 그들에게서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말한다는 대답을 들으셨습니다. 느낌이 비슷한 것 같지만 예수님을 온전히 나타내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제자들에게 물으시자, 베드로 사도가 ‘정답’을 말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고 있는 예수님 상을 내 안에 정형화된 ‘그리스도’로 이해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제자들에게 이 정답을 당신의 수난과 죽음이라는 십자가의 순간까지 함구하라고 당부하십니다.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세례를 받은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답을 고백하며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이 답은 계속해서 나의 삶과 더불어 나아가며 ‘정답’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가 ‘그리스도 예수님은 고생하시고 수난하시고 실패하시고 죽으셔야 한다.’라는 사실을 접하게 되자 자신의 ‘정답’을 바꾸어버린 것처럼, 그래서 예수님께로부터 ‘사탄’이라는 꾸짖음을 들었던 것처럼, 우리도 이러한 ‘오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오류에 빠지지 않으시고 용감하게 이 ‘정답’을 죽음으로써 지켜내셨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배론에 설립된 신학교의 교사였던 푸르티에 신부는 1866년 병인박해 때 끌려가면서 자신의 신학교 협력자였던 성 장주기 요셉을 피신시키기 위해, 성인에게 ‘가서 이불을 가져오라.’ 하고 명하였습니다. 그러자 장주기 성인은 정말로 이불을 가지고 십자가의 길을 걷는 푸르티에 신부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십자가의 길을 결코 벗어나지를 않았던 것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는 말씀을 다시 묵상하며, 하느님을 나에게 맞추려는 마음과 행동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신앙 선조의 격려 속에 우리 각자의 십자가의 길을 힘차게 걸어 나가는 것이 정답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글 | 강버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요당리 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