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레사 씨는 최근에 이사해서 본당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로 나가기 시작한 본당이 낯설던 차에, 어느 날 성당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 반가워하며 어릴 때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자주 만나 일상을 나누고 성경공부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데레사 씨는 친구를 만나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상태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아들 둘을 키우고 있고, 본인은 딸 둘이어서 문화적인 차이가 있나 싶은 마음에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갑자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공유한 탓인가 하여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데레사 씨는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말하며 조언하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하고 요즘 대화가 잘 안 통해서 외로울 때가 있어.”라고 말을 하면, 친구는 “너희 부부 ME는 가 봤어? 그런 거 안 하고 그냥저냥 사니까 그런 거야. 다음 달엔 ME를 무조건 들어가 봐!”라고 말합니다.
언젠가는 “큰 딸아이가 중2때 사춘기가 너무 심하게 와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요즘 들어 그때를 못 견디고 퇴사한 것이 후회스러워! 내가 붙어 있다고 애가 달라진 건 없거든. 오히려 사이가 안 좋아진 것 같아!”라고 말을 했는데, “후회는 무슨…, 잘 그만뒀지. 너 그때 회사 정리 안 했으면 지금은 돈 아쉬워서 그만두지도 못 할 거야! 넌 그래도 그동안 직장 다니며 네 생활이라도 했지, 난 뭐니… 사실은 너보다 내가 더 불쌍해”라고 말하는데, 데레사 씨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친구 앞에서는 “그래, 네 말이 맞아.” 하고 돌아오곤 하는데, 그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답답하다고 합니다.
만일, 친구가 “남편하고 대화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외롭고 답답하니? 때로는 남편에게 공감도 받고 싶고, 네 얘기도 더 많이 하고 싶어?”라고 하든가, “회사를 그만둔 것이 후회스럽구나! 아이 사춘기가 안정되는 데 도움 주고 싶었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거 같아서 씁쓸해? 엄마 역할 말고 너 개인으로 의미 있는 일도 중요하다는 거지?” 하고 데레사 씨의 말을 경청하며 마음을 읽어줬다면, 데레사 씨는 마음이 후련해지면서 친구와의 대화가 즐겁고 편했을 것입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려면 상대의 말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말 뒤에 있는 상대의 느낌과 원하는(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욕구에 초점을 맞추어 듣고 그것을 요약해서 표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조언이나 충고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말을 경청해주기를 원합니다.
글 | 이윤정 요안나(비폭력대화 국제공인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