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과 순교 175년을 맞이하여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처음’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분이십니다. 서양 학문을 체계적으로 배운 최초의 한국인 사제이시며, 선교사들의 입국을 위해 바닷길을 처음으로 개척하신 분이십니다. ‘처음’이라고 할 때 느껴지는 두려움이 김대건 신부님에게 왜 없으셨겠습니까. 100년의 박해 동안 약 50년을 사제가 없는 상태로 지낸 ‘목자 없는 어린양’인 조선 교회에게, 사제 영입은 너무나 절실한 과제였습니다. 따라서 스물두 살 먹은 김대건 신학생에게 맡겨진 ‘사제들을 안내할 물길을 열어야 한다.’는 책임은 매우 막중한 것이었습니다. 끝없이 막막한 물길에서 참 많이 우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오늘 제1독서의 “굳세어져라,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희의 하느님을! … 그분께서 오시어 너를 구원하신다.”라는 말씀처럼, 주님을 생각하며 견디셨을 것입니다. 분명 당신 앞에 주님이 걸어가고 계심을 믿고 그 뒤를 따라가셨을 것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고 하신 예수님이야말로 모든 이에게 구원의 길을 연 ‘첫 사람’이셨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실패에도 지치지 않고 도전한 입국 시도는 성직자와 평신도, 그리고 자연이 함께 이루어 낸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거기에는 조선 정부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움직이는 교우들과 밀사들, 선교사들의 같은 염원과 열정이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김대건 신부님이 계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는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요? 주님께서 내 앞에 다가오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 모든 일이 하느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더 큰 믿음이 아니었을까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박해로 인해 두절된 조선 교회와의 연락망을 복원하여 물길을 헤치고 선교사들을 영접하러 온 김대건 신부님의 용기와 지혜가 있었기에, 김대건 신부님이 한국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사제품을 받게 된 것입니다.
있는 길을 가는 것은 쉽습니다. 그냥 따라가면 되니까요. 그런데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무섭고, 두렵고, 힘든 과정이 수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지요.
성 김대건 신부님의 그 열정과 사랑과 진정한 용기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 오늘날 6,188명의 사제와 500만 교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글 |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미리내 본당 주임 겸 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