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 때마다 자동으로 제 입술에 맴도는 노래 하나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어느 것에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무것에도 놀라지 마십시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하느님은 변치 않으십니다. 인내가 모든 것을 얻게 합니다. 하느님을 모신 사람에게는 부족함이 없으니 하느님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라고도 불리는 예수의 데레사(1515~1582) 성녀께서 오늘날 우리 후배 수도자들과 신앙인들, 그리고 교회에 남긴 가장 큰 업적과 유산을 꼽으라 한다면, ‘개혁과 쇄신을 향한 열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녀님이 살았던 중세 시대는 외적으로는 수도 생활의 부흥기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수도원들은 신앙뿐 아니라, 학문이나 문화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습니다. 자연히 부작용도 뒤따랐습니다. 복음삼덕의 실천이나 깊이 있는 영적 생활, 형제적인 봉사 같은 수도 생활의 본질적인 측면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생계나 출세의 방편으로 수도원 문을 두드린 사람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교회를 위해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가 바로 아빌라의 데레사였습니다.
수녀님은 개혁 과정에서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더 열렬한 기도와 관상, 침묵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메마르고 삭막한 삶 속에도 주님으로 인한 흔들리지 않는 기쁨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수녀님은 교회 역사 안에서 관상기도의 최고봉에 오른 분입니다. 수녀님은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연인 관계로 설정했습니다. 하느님과 비밀스럽게 주고받은 연서(戀書), 연애편지가 바로 그 유명한 ‘천주 자비의 글’입니다.
수녀님의 인생에서 깊은 묵상기도와 황홀한 관상 생활은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수녀님은 영적 생활의 기쁨과 행복, 감미로움에만 머물지 않고, 하느님 사랑의 체험을 이웃들과 연결시켰습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던 수도회와 교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수녀님을 수도회의 용감한 개혁가이자 투사로 변모시켰습니다.
기도 생활과 관련한 수녀님의 가르침은 단순하지만 얼마나 깊이가 있는지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렇게 기도 생활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적이 없었습니다.
“좋은 벗과 함께 있기를 원하는 것, 하느님과 단둘이 우정을 나누기를 원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성(理性)만으로 그분에 대해 생각하지 마십시오. 많은 개념도 끄집어내지 마십시오. 대단하고 복잡한 명상도 하지 마십시오. 그분을 바라보는 것 외에 나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습니다.”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