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창조 시기(Season of Creation)’라 정하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기도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격려하는 기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지난 5월 24일 명동대성당에서는 한국 주교단이 집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미사가 거행됐습니다. 저는 그 미사에서 오카리나와 피굴리노 연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많은 분들과 함께, 그리스도인으로서 창조질서 보존에 앞장서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하며 성당을 가득 메운 수도자들과 신부님들을 바라보면서 뭉클한 마음과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평일인 월요일 오후 3시, 대부분 직장에 있을 시간이니 신자들의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수도자들에게 너무 많은 짐과 책임감을 지우는 듯한 부채감이 들기도 했고 실제로 많은 신자들이 그 미사의 의미나 미사 자체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환경 보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조차도 교회의 ‘창조 시기’ 기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나의 삶이 팍팍하여, 교회의 소식에 귀 기울이고 신경 쓸 만큼의 여유가 없다면 핑계가 될까요? 인간의 탐욕과 남용으로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으나, 이번처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통감한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비로소 기후 위기가 결코 우리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몸소 느끼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 내 삶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큰 어려움에 맞닥뜨려야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기후 위기에 대한 의식이 생겼을 뿐, 실천적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어려운 상황이 닥쳐야 직접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옮겨질까요?
‘창조 시기’를 맞이하면서, 우리 공동의 집이자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인 지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며 실천해야 함과 동시에, 우리의 신앙도 함께 돌아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신앙과 삶, 그리고 우리와 함께 창조된 조물들과 터전, 이 모든 것들이 연결된 것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선물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그리스도인으로서 기후 위기에 대처하여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 유혜진 마리아(오카리나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