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예수님도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드신 적이 있으십니다(루카 11,38). 어쩌면 오늘도 예수님은 씻지 않은 손으로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드셨고,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제자들을 비난함으로써 예수님을 질책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더러움’을 받아들이십니다.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신 분이신데, 더러움이라고 마다하시겠습니까? 예수님에게 있어 손을 씻지 않아 생긴 더러움은, 우리가 당신과 함께 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였기에,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였기에,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위해 헌신하였기에 우리 몸에 묻은 먼지들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더러움’은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진정으로 우리를 더럽히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1-23). 이러한 것들은 자신의 입과 행동을 통해서 밖으로 나옵니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남이 나에게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이 아파했습니까?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에게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이 아파했겠습니까? 남의 손에 묻은 먼지를 보지 말고, 나의 입과 행동으로 드러난 자신의 더러움을 바라보십시오. 그러나 절망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손을 씻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듯, 더럽혀진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과도 분명 함께 계실 것입니다. 우리의 더러움을 씻기 위해, 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 오신 자비의 하느님이시기에…. 그러니 예수님의 자비에 이 나약한 자기 자신을 맡기십시오.
그리고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을 귀담아 들읍시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야고 1,27). 예수님의 자비는 분명 우리를 씻기십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 또한 자신을 씻어야 합니다.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한 희생과 봉사로, 그리고 마음 안의 악한 것들에 물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는 삶으로 가능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자비로 씻기고, 자신의 덕으로 스스로 씻어야 함을 기억합시다.
글 | 원우재 요셉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