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 종파를 초월해서 전 세계인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대 영성가가 있으니, 헨리 나웬 신부님(1932~1996)이십니다. 신부님의 인생 여정은 참으로 파란만장했습니다.
그는 한때 예일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미 유명 작가이자 명설교가, 탁월한 심리학자이자, 신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어느 날,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떠납니다. 그는 시토 수도회, 페루 리마 빈민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마침내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 토론토 지부 ‘새벽’에 둥지를 틀고, 장애인들과 동고동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참된 영성, 참된 기도는 머리에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내려와야 하고 발 역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구체적인 삶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는 새벽 공동체에서, 평생토록 그를 따라다니던 ‘가르침 따로 삶 따로, 영성 따로 현실 따로’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새벽 공동체에서 장애인들을 만나고 친교를 나누며 함께 기도하는 과정에서, 그가 그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 예를 들면 오랜 세월 강단에서 가르쳤던 영성, 수도 공동체에서 느꼈던 심오한 체험, 책에서 접했던 전문 지식은 점점 하찮은 것들로 변해갔습니다. 그는 새벽 공동체에서 마침내 가슴으로 사는 사람만이 진정한 기도가 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헨리 나웬 신부님이 마더 테레사 수녀님과 만났을 때, 그는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수많은 내적 갈등과 방황, 이중적이고 모순된 자신의 부끄러운 삶에 대해서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장황한 고백을 인내롭게 경청한 수녀님은 짧은 조언을 해주셨는데, 신부님은 그때가 자신의 기도생활을 쇄신할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두 가지만 실천해보십시오. 매일 한 시간 동안 성체 앞에 앉아 기도하십시오. 그릇된 행동이라고 여겨지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입니다.” 그는 기도하는 것이 기도에 대한 글을 쓰거나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드디어 그는 실제로, 구체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관상가가 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관상가는 보는 사람, 즉 하느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입니다. 주님의 날은 참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먼 미래의 어느 날에 오는 것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운데로 오고 있습니다. 관상가가 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가운데로 오고 계시는 당신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눈가리개를 벗어던지는 것입니다”(마이클 오래플린, 「하느님의 연인 헨리 나웬」).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