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통상적으로 부활 팔일 축제 기간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부활 엠마오’를 떠납니다.
2021년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명동대성당 들머리 계단에서는 수도자와 신자들이 매우 특별한 ‘부활 엠마오’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모임은 ‘수도자들과 함께 하는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위한 촛불 기도모임’입니다. 올해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 광주의 아픔을 떠올리며 많은 이들이 미얀마 민주화에 연대했습니다. 그리고 교회 차원에서도 미사와 국제사회 호소, 미얀마 돕기 등 여러 연대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미얀마의 상황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고, 세간에 관심이 약해질 즈음에 여성 수도자들은 교회 구성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모아, 출구*가 어딜지 모르는 ‘엠마오 여정’에 올랐습니다. (*명동대성당에 장소 사용 허락 요청 시, 종결 시점을 ‘미얀마 상황이 호전될 때’라 함)
명동대성당은 명실공히 한국천주교회의 상징이며 또한 민주화의 성지로, 교회가 한국 사회의 시대적 아픔을 품으며 그들과 함께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대성당으로 피해온 학생들을 잡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자, 김수환 추기경께서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라고 일갈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렇게 ‘명동대성당’은 ‘정의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민주화를 외치는 민중들과 교회가 함께 했던 곳이었습니다.
명동대성당에서 시작한 기도 모임이 ‘제18차’까지 진행되어 온 현재(2021년 8월 2일)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모임 시작부터 지금까지 매회 신자·수도자·사제·일반 시민 등 참여자가 적게는 20명, 많게는 150여 명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모임 말미에 미얀마 관련 소식을 현장 활동가를 초대해서 듣고 있는데, 활동가 중 많은 이들이 뒤늦게 신자임을 밝히며 미얀마를 위한 지속적인 기도에 신앙적 감화를 받는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최근 코로나19와 우기(雨期)로 더욱 심각한 어려움에 놓인 미얀마 민중들을 기억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엠마오 여정’에 철없이 나선 수도자들의 출구는 아직 알 길이 없으나, 길 위에서 만난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각자 마음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매주 명동대성당까지 마다하지 않은 발걸음에서, 온라인 모임(Zoom) 화면에 옹기종기 모여 피켓, 촛불, 묵주를 들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서, 신자임을 고백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수줍은 미소에서 우리는 분명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아띤:타:바 미얀마!
“다친 이들에 대한 책임, 곧 같은 민족이요 지상의 모든 민족인 이 다친 이들에 대한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모든 형제들」 79항).
글 |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