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보는 고해성사 때마다 단골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성무일도를 소홀히 한 것입니다. 시간전례(時間典禮)라고도 합니다. 서품식 때 하느님과 장상, 수많은 교우 앞에서 비장한 목소리로 성무일도를 잘 바치겠다고 엄숙히 서약을 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밥 먹듯이 빼먹곤 했습니다.
며칠 전 수도원에서 피정센터로, 피정센터에서 작업장으로, 작업장에서 수도원으로 오르락내리락 바쁜 척하며 뛰어다니던 제 눈길을 사로잡은 광경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성무일도 낮기도를 드리는 선배 신부님의 뒷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바쁘셔도, 아무리 몸이 불편하셔도 결코 빠트리는 법이 없습니다. 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사제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기쁨거리인 성무일도에 충실하기로 굳게 다짐해봅니다.
사제들에게 늘 큰 부담이요 고민거리인 성무일도의 취지를 알아보니, 너무 좋은 기도인지라 깜짝 놀랐습니다. 성무일도는 ‘항상 기도하라.’라는 주님 권고에 따라,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정해진 시간(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끝기도, 독서기도)에 맞추어, 하느님 아버지를 찬미하고 감사드리며, 세상을 위해 간구하는 교회의 공적인 기도입니다.
성무일도를 바치는 사람들은 혼자 기도를 바칠지라도 교회 공동체의 이름으로, 교회 공동체와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바쳐야 마땅합니다. 기도자들은 성무일도를 통해 시간을 성화시키고, 자신의 삶을 성화시키고, 교회와 세상을 성화시킨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바쳐야 합니다. 또한, 매 기도 시간마다 매듭을 짓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낮기도 때는 오전 시간을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바칩니다. 오전에 부족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낮기도를 통해 참회해야겠지요. 낮기도를 끝내면 새로운 각오, 새로운 마음으로 오후 일정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이어지는 저녁기도, 끝기도 때도 동일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성무일도와 함께 우리의 삶, 우리의 시간 전체가 성화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평신도들도 이 소중한 보물을 잘 활용하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성무일도는 ‘찬미가, 성경 말씀, 특히 시편기도와 찬가, 청원기도’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집중해서 바치다 보면 은혜로운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수록된 시편이나 찬가, 성경 말씀들은 어찌 그리 하나같이 감동적이고 절절한지, 계속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큰 여운을 남깁니다. 가장 탁월한 내용들만을 엄선해서 성무일도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성무일도만 지극정성으로 잘 바친다면 그 어떤 다른 기도가 아쉽지 않습니다. 이 아름답고 소중한 교회의 보물인 성무일도를 통해 우리의 매일 매시간을 성화시켜 나가면 좋겠습니다.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