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혼모입니다. 이 길을 걸어온 지도 벌써 9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미혼모’라는 단어로 저를 소개하면, 많은 사람이 안쓰러운 눈길로 저를 바라보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기로 결심한 그날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이 삶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 견뎌내야 할 인내와 고통, 짊어져야 할 무게보다, 넘치는 행복이 저를 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 제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제게 찾아온 아이는 제 인생에 가장 큰 기쁨과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습니다. 아이라는 존재는 저를 일어나게 하고, 깨닫게 하며, 지혜를 선물해줍니다. 저는 이 행복을 듬뿍 받으며 아이와 함께 자라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그 사실만으로 기쁨보다는 힘듦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렵고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꼭 미혼모라서 금전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살면서 또 한번 깨닫게 되고, 제가 미혼모이기 때문에 불행하거나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 선택에 의해 살아감을 배우며,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현재의 삶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제가 이 삶을 선택한 덕분에 저는 현재 ‘미혼모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진심이 닿을 수 있는 곳,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어쩌면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주위의 시선, 권유, 편견에 의해 휩쓸려 가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저와 늘 함께 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 윤민채 율리아나(당당한 한부모 성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