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날씨도 온화해 에어컨도 없이 살아가던 동네였습니다. 좋은 기업도, 좋은 대학도 많습니다. 인종도 다양하고 차별도 덜한 편입니다.
올해 그 밴쿠버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덮쳤습니다. 기후변화 탓에 나타난 ‘열돔 현상’이라고 합니다.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더위로 도시가 펄펄 끓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간이 만든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인간이 만든 최악의 재난이 가장 먼저 덮친 셈입니다. 왜 하필이면 인간이 만든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최악의 기후위기가 먼저 덮쳤을까요? 혹시 이건 ‘이렇게 살면 안 된다.’라는 경고를 인류 전체가 무시한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우리는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지구온난화 탓이었습니다. 바로 지금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탓에 동물에게만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옮겨진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경고 뒤에 우리 삶은 얼마나 바뀌었나요? 북극곰이 불쌍하다며 혀를 끌끌 차기만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나요? 코로나19 시기에 받은 스트레스를 ‘보복 소비’로 풀려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요?
이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인간은 자동차와 공장과 비행기를 점점 더 늘렸습니다. 더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점점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합니다. 펑펑 쓰던 전기를 이제는 더 많이 씁니다. 석탄을 태워 탄소를 대거 배출하며 만든 전기입니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 상당 부분은 땅을 사고, 집을 사고, 가상화폐를 사는 데 들어가지 않나요? 지구를 희생해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만 늘린 것이 아닐까요?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면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 온도에 다다르는 데 앞으로 7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열돔 현상’은 그 증상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변명 앞에 너무나 외로우실 것 같습니다.
행동할 때입니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 제품을 사지 않는 것도 행동입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단체와 사람들을 후원하는 것도 행동입니다.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도 행동입니다. 다음 세대는 행동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