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한편은 음식과 생활용품이 남아서 넘쳐나는 반면, 다른 한편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헐벗은 모습을 보곤 합니다. 비참한 환경에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이들은 오늘 제1독서와 복음에서처럼 ‘감동적인 기적’이 일어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수리수리마수리’ 기적을 보여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천 명이 훌쩍 넘는 엄청난 군중들 틈에서 ‘내가 가진 것이 이 많은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는 생각에 저마다 주저하며 자신의 것을 움켜쥐고 있을 때, 한 아이는 영원한 생명의 빵인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에 겸손되이 자신이 가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아이의 빵과 물고기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기적을 베푸신 것입니다(요한 6,11 참조).
작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끝도 없이 꼬불꼬불 이어진 장면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은 유령도시처럼 한산해지고 사람들은 서로 만나는 것을 꺼릴 때, 우리 성 라자로 마을에도 도움과 후원의 손길이 눈에 띄게 줄어 마을 운영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환우 대표님이 오셔서 ‘코로나19의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이곳 시설에서 많은 분들의 후원과 사랑으로 안전하고 편안히 지내고 있는데, 마을 밖 많은 분들은 지금 크나큰 고생을 하고 힘들어하니,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며 환우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을 담은 봉투를 내미시는데,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분들은 평생을 ‘나환자’라고 배척받고 소외당하며 가난하게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달라며 정성을 모은 것입니다. 감동받은 직원들과 수녀님들, 저는 그 정성에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노숙인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어 나눠주는 ‘안나의 집’에 성금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이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중한 자신의 빵과 물고기를 봉헌하는 한 아이의 사랑을 보시고 ‘기적’으로 돌려주신 주님 사랑처럼, 코로나 팬데믹에 힘든 이들을 위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금을 모아 봉헌한 우리 성 라자로 마을 한센 가족을 보시고 주님은 또 따스한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빵과 물고기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 | 한영기 바오로 신부(성 라자로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