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전 7시 해군기지 앞, ‘강정 생명평화 100배’ 5158일째(2021. 6.30 현재)
‘제주 해군기지 반대’가 적힌 낡은 현수막들을 바리케이드에 걸고, ‘생명평화 100배 경(經)’이 울리면,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평화의 예식을 올립니다. 100배가 끝나고 돌아가는 이들 등 뒤로, 문지기 해군이 현수막을 거둬 한쪽에 둡니다.
#2. 오전 11시 강정천 앞 길거리, ‘강정 생명평화 천막미사’ 5158일째
강정공소 회장님의 낭랑한 성가 소리와 함께 강정 생명평화 천막 미사가 시작됩니다. ‘평화의 인사’ 후, 14년간 천막 성당에서 불려진 ‘길 위 노사제’의 ‘강정의 평화~ 구럼비야, 사랑해!’ 노래가 해군기지, 구럼비 바위가 있던 곳을 향해 애절히 울려 퍼집니다.
#3. 정오 해군기지 앞 로터리, ‘강정 생명평화 인간 띠잇기’ 5158일째
‘강정 평화’의 낡은 깃발을 들고, 평화활동가, 참가자들은 해군기지를 향해 행진합니다. 기지 앞에서 낡은 현수막을 다시 걸고, ‘평화의 인간 띠잇기’와 ‘강정마을 마약댄스’ 4종 세트 음악에 맞춰 평화의 춤을 춥니다. 돌아가는 이들 등 뒤로 해군은 다시 낡은 현수막을 떼어 놓습니다.
#4. 오후 12시30분 삼거리 무료식당, 점심식사
마을주민, 평화활동가, 참가자들은 삼거리 식당 쉐프 종환 삼촌의 투박하고 정이 담긴 음식으로 소박한 밥상을 나눕니다. 가끔 또 다른 손님인 파리, 각종 벌레와 개들도 함께 하지만, 모두 행복하게 밥을 나눕니다. 무상의 한 끼에 감사하며 그릇을 정갈히 씻고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 일상은 14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5. 제주 강정마을
2007년 시작된 마을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의 ‘제주 해군기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6년 기지는 완공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럼비 바위 등 많은 천연자원이 훼손되었으며, 마을주민과 활동가들이 국가폭력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2021년 현재, 해체된 마을공동체의 아픔은 여전하지만, 이들은 오늘도 완공된 해군기지 앞에 낡은 현수막을 걸며 ‘생명평화’를 외치고, 강정을 넘어 제주의 또 다른 아픔인 ‘제2공항 건설반대’에도 연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형제자매가 관련된 이 비극에 대한 우리의 부실한 대응은 모든 시민 사회의 기초인, 우리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5항). “무관심의 죄를 짓지 않게 하시고, 공동선에 호의적이며, 약한 이들을 도와주고, 저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돌보게 하소서”(‘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 중에서).
글 |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