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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답다는 것?!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6-25 10:47:54 조회수 : 739

한국 교회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이나, 이날에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지냅니다. 초대 교회 때 그리스도인들의 지하 무덤이자, 박해 때 피난처로 사용됐던 카타콤바(catacomba)에서는 유독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벽화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산증인이었던 두 사도를 당시 공동체가 극진히 모시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황들의 납골당’이라 불리는 ‘갈리스도 카타콤바’에는 박해시대 때 베드로의 후계자들의 유해를 모시며 교회 내 교황의 계보를 지켜왔습니다.

그 계보를 잇는 현 교황님께서는 즉위 후 연이은 파격적인 행보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교황명으로 가져오시어, 소외된 이들과 그늘에 있는 이들을 위해 빛을 밝히려는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올해를 ‘성 요셉의 해’로 지정하시어,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를 발표하셨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소외된 이들 중 하나가 ‘아버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의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그들이 설 자리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도 현대 사회의 아버지들을 위로하시며 그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 주셨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쯤 “남자니까 울지마, 울면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어릴 적부터 남자다움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2019년 사망 원인 통계).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보다 2.4배 높았습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강요당해 온 ‘남자다움’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많은 한국 남성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서툴고, 자신의 나약함과 마주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교구 법원에서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할 때, 남성들에게서 평소 혼자 끙끙대며 살아온 여러 고충을 듣곤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아버지들의 이러한 현실을 걱정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온유함으로 우리의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악마는 우리가 우리의 나약함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지만, 성령께서는 온유함으로 우리의 나약함을 드러나게 해주십니다. 온유함은 우리 안의 나약함을 어루만져 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아버지의 마음으로」 2. 온유하고 다정한 아버지).

교황 주일을 맞이하여 현대의 모든 ‘아버지’들이 요셉 성인처럼 사랑받는 아버지가 되길 희망해봅니다. 그리고 아버지들이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기보다, 성령께서 우리의 두려움, 약점, 나약함 안에서도 일하신다는 것을 믿으며 자신을 성령께 내어 맡겼으면 합니다.


글 |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