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당근 무더기가 쏟아지고, 녹색 물감이 흩뿌려진 길바닥 위로 형형색색의 연기가 뿌옇게 하늘을 메웁니다. 지난 5월 30일과 31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과 몇몇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회의에 앞서 27일과 30일 행사장 앞에서, 이 국제행사에 항의하며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당근’과 ‘연기’는 ‘부당하거나 위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녹색 물감’은 ‘그린워싱’을 고발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겉으로는 친환경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오염과 착취를 계속하는 기업들의 ‘위장 환경주의’를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입니다. 이 퍼포먼스에 참여한 이들은 이번 ‘P4G 정상회의’도 ‘그린워싱’이라 표현합니다. 한쪽에서는 기후변화에 맞선 국제행사로 녹색회복 의지를 표방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탄소 배출의 주범인 신규 석탄발전소나 신공항 건설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행사에는 ‘탄소 다배출’ 기업의 CEO가 발언에 초대된 반면, 기후변화 피해 당사자인 미래세대는 행사의 들러리로 초대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산업 활동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와 규제 없이, ‘녹색’, ‘에코’의 덧칠로 모든 것이 무사통과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고발과 풍자로 보여준 것입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생태에 관한 담론의 가치를 금융과 기술관료주의의 논리에 흡수시키고, 기업의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은 흔히 일련의 마케팅과 이미지 관리의 활동으로 축소”(194)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셨습니다. 또한, “공동의 환경 자원을 이용하는 데에 드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다른 민족이나 미래세대가 아니라, 그 이용자가 온전히 부담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할 때에만 윤리적 행위”(195) 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이날, ‘청소년기후행동’은 성명서에서 “누군가의 주거와 일자리가 힘없이 사라지는 것, 일상이 붕괴되는 것, 우리의 곁에 있는 이들과 우리가 기후 파국 안에서 서로를 지키지 못하고 존엄한 삶 자체가 모두 무너져내릴 것”을 견딜 수 없어 P4G 정상회의를 향해 당근을 쏟아붓는다고 하였습니다. 기후피해 당사자인 이들의 절박한 호소를 들으면서, 저는 제 일상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에너지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와 모든 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그에 기초가 되는 ‘기후정의를 위한 법안’ 마련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참다운 변화를 위한 전략에는 전체 과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현대 문화의 뿌리에 놓여 있는 논리를 문제 삼지 않고 생태를 피상적으로만 다루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건전한 정치는 이러한 문제에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회칙 『찬미받으소서』 197).
글 |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