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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파도가 잠잠해질 때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6-18 11:05:40 조회수 : 762

코로나19로 인해 1년 동안 유학 대기 중이었던 신학생들이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제가 유학 시절 때 경험한 많은 파도와 풍랑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을 살면서 외국어 하나는 해야지!’라는 꿈이 있었고 그게 현실이 되었던 2010, 이탈리아어가 늘지 않는 저 자신을 보며, 사제직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7~8교시나 되는 교회법 수업을 듣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은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주교님은 왜 이렇게 멍청한 나를 유학 보내셨을까?’ 하는 원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 어느 날은 중요한 행사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할 때, 자동차에 둔 동료 사제들의 귀중품이 집시들에 의해 털리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파도와 풍랑의 대부분은 외부의 요인보다는 오히려 내부의 요인이 더 컸습니다. 다시 말하면 외부의 요인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저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어가 늘지 않는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닌데, 소중한 사제 성소까지 포기하려 했던 어리석은 였습니다. 또 제가 스스로 멍청하다고만 여겼지, 저의 발전 가능성을 믿지 않으려 했습니다. 주교님은 저의 머리보다 의자에 꾸준히 앉아 있는 저의 엉덩이를 믿으셨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 사건의 상처는 정말 오래갔지만, 그래도 그 집시들이 제의(祭衣) 가방만은 바티칸 광장에 두고 달아난 걸 보면, 그들도 사제들의 존재만큼은 존중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도도한 파도는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38,11)라는 제1독서의 말씀처럼, 우리의 신앙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파도와 풍랑은 어쩌면 자기가 만든 도도한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힘들고 어렵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무작정 성당에 가 앉습니다. 그리고 주님, 잘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혹은 주님, 막막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며 도움을 청할 때, 거센 파도와 풍랑이 사라지는 체험들을 요즘도 하곤 합니다.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께서는 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흔들리고 넘어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자기 혼자 살 수 있다는 도도함을 깨고 결국 창조주께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생의 위기를 상상해 봅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을 때, 우리는 주님을 찾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대소사 때 사제에게 축복과 영적 도움을 청합니다. 자연스럽게 초월자를 찾는 우리의 본성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깨닫게 하는 증거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