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독’(聖讀) 혹은 ‘거룩한 독서’로 번역되는, 오랜 교회 전통에 따른 탁월한 기도 방법이 있는데, 바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입니다. 말 마디 그대로 성경을 읽고, 곱씹고, 그 달콤한 맛을 깊이 음미하고, 묵상하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종신서원 때, ‘매일 열심히 성독을 하자.’ 하고 결심을 한 후, 부족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아침 미사 후 30분, 그리고 묵주기도를 끝낸 밤 시간에 30분, 지금까지 매일 1시간씩 거의 빼먹지 않고 실천해왔습니다.
물론, 매일 성독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드린 약속이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분이 좋을 때나 기분이 안 좋을 때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성독을 계속했는데, 거기서 오는 은총과 축복이 상당합니다. 이제 제게 있어 성독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취미요, 특기가 되었습니다. 기도에 있어서 ‘지속성, 일상성, 항구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실감합니다.
당일 성경 말씀을 주제로 성독을 하는 것도 괜찮지만, 성경 말씀을 순서대로 일관성 있게, 꾸준히 이어가며 하는 것도 좋습니다. 성독을 통한 기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냥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는 것입니다. 단지 성경 본문만 읽는 것이 아니라, 교부들의 해설이나 참고서와 더불어 읽는 것입니다.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마음으로, 영혼으로 읽는 것입니다.
‘렉시오 디비나’ 하면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베트남 교회의 가경자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입니다. 1975년 공산화 이후 블랙리스트에 오른 추기경님은 그 어떤 절차도,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순식간에 교도소 독방에 갇혔으며, 그렇게 기약 없는 수감 생활과 가택 연금 생활이 13년간 계속되었습니다. 추기경님은 수감 즉시 독방 생활의 스케줄을 짰습니다. 매일 새벽, 거룩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나면, 기억나는 성경 구절을 독방 바닥에 써놓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성독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행한 성독의 결실은 작은 담뱃갑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퇴근하는 교도관에게 주었고, 이 ‘매일의 묵상 나눔’은 베트남 교회 신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후에 그 성독의 결실들은 ‘희망의 길’, ‘희망의 기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수많은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거듭되는 혹독한 심문과 협박, 그리고 짙은 고독의 힘겨운 수감 생활이었지만 추기경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제가 갇혀 있는 감옥 근처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는 또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매일의 성독이 주는 은총의 결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