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바이러스 앞에서 사람은 평등한 줄 알았습니다. 부자 나라의 대통령과 총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모습을 보면서, 힘 있는 사람도 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고, 아프리카 대륙은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각 나라 정부가 내놓은 공식 코로나19 사망자 집계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코로나19 추정 사망자 지도를 보고 나서입니다. 가난한 나라들의 상황이 생각보다 나빴습니다. 러시아와 인도는 생각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줄 알았던 아프리카 대륙 많은 나라에서는 수많은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코노미스트」는 정상적인 상황일 때의 연간 사망자 숫자에 비해 얼마나 초과 사망자가 나왔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사망자를 추정했습니다. 그랬더니 부자 나라들의 사망자 숫자는 정부 공식 집계 숫자와 비슷했지만, 가난한 나라나 권위주의 국가들의 사망자 숫자는 훨씬 커졌던 것입니다.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원인도 모른 채 사라진 목숨이 그만큼 많았던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누구의 목숨이 우선이냐’ 하는 잔인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습니다. 인도 갠지즈강에서 시신 수십 구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버려진 코로나19 사망자로 추정됩니다. 인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5월까지 30만 명에 육박합니다. 갑자기 늘어난 죽음 탓에 도시의 주차장과 공원이 화장터로 사용되는 상황입니다. 인도는 이미 반년 전에 ‘백신 특허 효력 중지’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돈은 없지만 백신은 들여와야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특허는 이어졌고 백신은 들여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허권을 가진 부자 나라 제약회사의 이윤이 인도 국민의 목숨보다 우선이었던 셈입니다.
인간은 바이러스 앞에서도 평등하지 않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자 기업인들은 영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데, 백신만 맞아도 살 수 있었던 인도 국민들은 수만 명씩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사회 구조 탓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그 몸과 피를 받아 마신 우리의 목숨은 하나도 빠짐없이 평등하게 소중해야 합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에, 더 마음깊이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