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다. 그리스도인을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가 몸속에 흐르는 인종’임을 뜻한다. 온 인류가 코로나19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 요즈음, 하느님께서도 마음 아파하시며 우리의 변화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생각이다. 그 변화는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말씀하신대로, ‘온 인류는 형제자매이며 한 배에 탄 하나의 가족임을 자각하고, 이웃사랑을 회복하는 일’이다. 즉, 사회정의를 회복하는 것, 새 가죽부대를 만드는 일이다.
‘황금의 나라’라고 불리던 미얀마는 68%의 버마족과 135여 개의 소수민족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는 복잡한 나라다.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뒤, 1962년 네 윈 장군의 쿠데타 이후 무려 53년간 이어진 군부독재정권을 청산하고, 아웅 산 수 치 고문을 중심으로 한 NLD(민주주의 민족동맹)가 민주정부를 세웠다. 이후 5년이 지난 2020년 11월 총선에서도 NLD가 압승하자, 군부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다시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들은 무력, 정치권력과 재력을 모두 독차지하며 미얀마를 최빈국으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입법·사법·행정 전권을 장악하고 다시 군부독재정권을 만들려는 군부에 맞서, ‘선거와 민주주의와 자유’를 부르짖으며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저항하는 국민들이 무자비하게 학살당하고 있는 비참한 사태가 석 달을 넘기고 있다. 1980년 우리나라의 광주민주항쟁이 겹쳐진다.
총과 최루탄으로 무장하고 무차별적으로 잔인하게 학살하는 군부에 맞서, 생명을 내놓고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시민들의 용기와 끈질김에 놀라움과 통분을 금할 수가 없다.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 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들의 열망은 단 하나, 자기 후손들이 군부독재정권 아래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마저 말살되어 자유를 포기하며 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세 번째 쿠데타를 일으킨 이번 군부도 이미 그 성공의 맛을 알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총칼 앞에 비폭력시위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개입을 간곡히,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 유엔은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를 위한 열망에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무고한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고, 평화와 정의를 세우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미얀마 국민도 우리의 형제자매, 한 가족임을 깊이 깨닫고 적절한 도움 주기를 간절히 두 손 모은다. 주님! 저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글 | 소희숙 스텔라 수녀(서울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
*지난 4월 7일부터 5월 23일까지 교구에서 실시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미사와 모금’에 약 52,140,000원의 정성이 모였습니다. 이 기금은 미얀마에 전달될 것입니다. 교구에서는 지난 3월에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3만 달러(약 3,300만 원)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