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에는 특별한 청년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청년 도보 성지 순례’입니다. 8박 9일 동안 성지를 순례하며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인 약 261km를 걷는 힘든 여정입니다. 매일 적지 않은 거리를 걷다 보니,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부르트고, 몸 여기저기에 참기 힘든 통증이 따라옵니다. ‘오늘 하루만 버티자.’ 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출발하기도 하고, ‘도저히 더는 못 걷겠다.’라고 하는 청년들도 생겨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모든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납니다. 심지어 ‘도보 중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무엇이 그 힘든 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바꾸어 줄 수 있었을까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그들이 목적지를 향해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함께”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가 아닌 바로 옆에서 함께 걷는 누군가, 나의 아픔과 힘듦을 곁에서 들어주고 함께 해주는 누군가, 바로 ‘동반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내가 걷지 않으면, 아무도 걷지 않는다.” ‘청소년 사목과 영성’이라는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거듭 당부하셨던 말씀입니다. 오늘 청소년 주일을 맞이하면서 과연 우리는 청소년들과 함께 걷고 있었는지, 혹시 우리는 걷지 않으면서 걷고 있는 그들을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에서 청소년들을 향해 위대한 진리를 담고 있는 세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말씀하십니다. 바로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112항),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십니다.”(120항),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124항)입니다. 이 신앙의 진리들은 단순히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삶 안에서의 체험을 통해서만이 온전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청소년들과 ‘함께 걸어갈 때’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사명을 주십니다. 그 사명은 바로 너희는 “가서”, “하여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사명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의 걸음을 옮겨야 하겠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하려는 그 걸음, 그들의 여정에 동반하려는 그 걸음 말입니다.
글 | 안민석 베드로 신부(교구 청소년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