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 밝고 화사하면 ‘꽃 같다.’ 하고 말합니다. 신앙인이 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언제일까요? 세례받을 때, 고해성사를 하고 나왔을 때, 피정을 마쳤을 때, 모두가 성령이 충만할 때입니다. 꽃이 화사함으로 시선을 끌고 향기로 벌들을 매혹시키는 것처럼,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주변에 향기를 전하여 사람들을 매혹시킵니다. 성령의 향기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사랑이 많고 또, 사랑을 위해서 헌신하기에, 그는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목격한 후, 실의와 절망에 빠졌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한 복음사가는 그들의 영적 상태를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요한 20,19)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때,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며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이어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
숨은 하느님의 입김입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흙먼지 덩이로 정성스레 인간을 빚으신 후, 코에 불어 넣으신 그 숨입니다. 먼지 덩이에 불과한 인간의 질료가 하느님의 숨이 들어가 생명을 얻게 되었다는 창세기의 신학은 우리에게 깊은 신비를 전해줍니다. 즉, 하느님의 입김인 성령께서 내 안에 오시면 나는 살아납니다. 생명을 얻습니다. 문을 닫아걸고 있던 제자들은 생명을 잃은 먼지 덩이처럼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그러셨듯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시자, 제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주님 안에 머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무기력과 공허감으로 힘들어하는 내게 성령님은 활력과 사랑할 힘을 주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랑의 전령사’가 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 부속가 “성령 송가” 안에 성령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성령님은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성령 송가)이십니다. 이 시기에 가장 좋은 위로자이신 성령님을 부릅시다. “오소서, 성령님!” 영혼의 기쁜 손님께서 한아름 선물을 가지고 오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 없이 우리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합시다. “주님이신 성령님의 도움 없으시면 저희 삶의 그 모든 것 해로운 것 뿐이리라”(성령 송가).
예수님께서 오늘 그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 살아나십시오. 생명력을 되찾으십시오. 그리고 기뻐하십시오.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있습니다.
글 | 김대우 모세 신부(용호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