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분노’라는 감정은 매우 흔하고, 평범하며, 때로는 합리적인 정서반응일 때도 많습니다. 분노 그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며,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분노는 누군가의 잘못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고 그 잘못을 바꾸기 위해서 사용할 때,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작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화병’은 일종의 ‘분노 증후군(Anger Syndrome)’ 입니다. 우리 문화의 특성 때문에 수년에서 수십 년간 화를 참다보니, 억압된 분노가 신체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화병은 상담이나 심리치료로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신체적인 질병으로 알고 일반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노를 무조건 억압하는 것도 좋은 선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분노가 너무 과도하게 드러나면 ‘폭발’할 정도로 커질 수도 있고, 개인이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분노가 폭발하면 처음에는 감정 환기가 되어 후련하겠지만, 이것은 대개 짧은 기간 지속될 뿐입니다. 오히려 분노 폭발 이후에 죄책감이 들거나, 누적된 분노로 인해 파괴적인 행동이 증폭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성적인 고통이나 두려움, 슬픔 등을 대신해서 분노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속적인 분노는 ‘적개심’으로 변질되기도 하는데, 분노가 점점 복수심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개심과 복수심은 뒤틀린 방법으로 ‘사회적 정의’를 추구할 뿐 그 자체는 영적인 병이 걸린 상태로써, 인생 대부분을 고통 속에서 살도록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분노는 잘못됐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분노와 분노로 인한 파괴적인 행동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류입니다. 그러다 보니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 관계가 불편해질 것이 두려워서 일단 감정 자체를 회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분노를 잘 다스리고 싶다면, 오히려 분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자신을 분노하게 하는지, 그리고 주님께서는 분노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알아차리기를 바라시는지 묵상하거나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만약 주님께서 가르치신대로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러한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분노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잘못으로 우리가 죄를 짓게 된다면 이 또한 분노하는 게 맞습니다. 어쩌면 분노는 부당한 고통과 죄와 두려움에 맞서게 해주는 유용한 심리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만들어지는 분노만큼은 꼭 식별해야 합니다. 적어도 자기애적인 분노 때문에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글 | 황미구 비아(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