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작업 중인 원고에 대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리를 잘했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함!’ 이 감정이 사회 초년생일 땐 왜 그렇게 부족했을까요?
저는 방송 작가로서의 삶을 생방송으로 시작했고, 이후로도 생방송을 오랜 기간 담당했었습니다. 생방송은 녹화 때보다 훨씬 더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방송 전날까지 모든 촬영과 편집이 끝나면 좋을 텐데, 왜 항상 방송 직전까지 숨쉴 틈 없이 긴급한 건지…. 완성된 영상을 보고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원고를 써서, 방송 시작 30초 전에 생방송 스튜디오로 달려가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 매주 돌발 상황에 맞춰 어떻게든 글을 썼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경력이 쌓인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은데, 예전엔 글이 얼마나 천방지축이었을까요.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방송했는데, 그땐 저를 돌봐주신 주님에 대한 ‘감사함’을 몰랐습니다. 그러니 행복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었죠
세례받기 전엔 저의 달란트가 당연한 줄 알고 ‘글쓰기를 배운 적 없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글짓기 대회에서 상 탔어.’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을 알게 되니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깨닫게 되었고요, 달란트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평범한 일상이 큰 행복이며 감사한 선물이라는 걸 이제는 고백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제 방에 있던 오래된 멀티탭이 갑자기 눈앞에서 ‘펑’ 터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불꽃이 튀고 멀티탭이 깨지며 그 조각이 날아갈 정도로 위험했는데, 저는 전혀 다치지 않았고,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1초의 순간도 우리에게 눈을 떼지 않으시는 주님! 제가 하느님께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가늠조차 안 됩니다.
지난 달 선종하신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께서 ‘행복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대단한 걸 이루고 돈이 많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거저 받은 오늘 하루를 기쁘게, 사랑하며, 감사하며 사는 것, 그것이 행복임을 새깁니다. 나 자신을 나보다 더 잘 아시는 주님께서, 분명 좋은 곳으로 저를 이끌어 주실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변함없이 행복하겠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글 | 김민정 스텔라(방송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