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른이 넘어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온전히, 자발적으로, 그 누구의 권유도 없이, 스스로 성당에 찾아가 예비신자 교리를 신청했지요. 원래는 저녁 직장인반에서 교리를 듣기로 했는데, 일이 늦게 끝나서 못 가는 날이 생기면 주일날 오전 일찍 교리반에 출석해 빠진 수업을 보충할 정도로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솔직히 그땐 세례받으면 제 일이 더 잘되고, 우리집도 평안해질 것이라는 마음이 컸거든요. 당시엔 아빠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됐었기 때문에 불안감이 컸던 만큼, 종교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세례를 받고 나니 괜히 일도 잘되고, 돈을 좀 더 많이 버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며, 당시 철없던 저는 세례의 은총을 금전적인 보상에만 맞췄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무조건 평탄한 길만 만나는 거 아니잖아요. 괴로운 시간은 여지없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맡았던 프로그램이 존폐위기에 처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세례받으면 이런 일 없이 술술 잘 풀리는 거 아니었나? 어떡하지?’ 머리는 아파지는데, 세례받은 직후라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누구는 기도하여 기적이 생겼다거나, 묵주기도가 좋다거나 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행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떠오른 방법이, ‘100일 동안새벽 미사에 가보자.’였습니다. 제발 어려움을 없애 달라는 기도를 나 혼자 하기 어려우니 미사에 의지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주일에도 6시 미사를 봉헌하며 100일을 딱 채웠습니다.
그랬는데, 당연히 웅녀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일은 여전히 어렵고 힘들었거든요. 일상은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저는 그 100일의 미사 참례 후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옮겼고, 이사도 갔습니다. 또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만나며 즐겁기도 하고, 때론 속상한 상황들도 겪으며, 한층 예수님과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종교만 가지면 하는 일마다 다 잘 되려나?’ 싶었던 초보 신앙인의 마음이, 이제 더 성장했다고 확언할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깨닫게 된 것은 눈에 보이는 좋은 일이 일어나야 예수님의 보살핌을 받는 게 아니라, 잠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차 마시는 그 소중한 일상 속 모든 기쁨과 시련이 예수님께서 마련해 주신 기적이란 것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걸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시며, 이제는 기도를 놓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 시켜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한 주간도 평화를 빕니다.
글. 김민정 스텔라(방송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