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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심어준 꽃씨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5-07 14:04:26 조회수 : 691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코로나19’라는 명칭 자체가 없었을 때인 2019년 봄에, 저는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해외 성지순례가 불가능해서 너무 속상한데요, 그래서인지 그때의 기억은 더 깊이 남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예수님께서 태어나 성장하시고, 공생활을 하셨으며, 돌아가신 뒤 부활·승천하신, 예수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곳이죠. 그런데 너무 멀잖아요. 3년 전만 해도 ‘언젠가 가겠지만, 나에게 기회가 빨리 올까?’ 이런 막연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청년성서모임에서 모집을 해서 용기 내어 신청했고, 그렇게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함께 간 순례단과 8박 9일 동안 매일 미사를 드렸는데, 성모님방문성당에서의 첫 미사부터 눈물이 나더니, 나자렛 주님탄생예고성당에선 그 아름다움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갈릴래아를 갔는데, 거기는 왜 그렇게 좋을까요? 지구상에 이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3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치유하며 사랑해주신 기적의 장소 갈릴래아! 이른 아침 그 호숫가에 혼자 조용히 서 있는데, 그때 갑자기 ‘어? 내가 여기 어떻게 왔지?’라는 생각이 들며, 세례를 받은 후부터 나에게 일어난 일들, 이사를 하고, 성서모임을 하는 등의 상황들이 쭉 스쳐 갔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죠. ‘예수님께서 내 일상 곳곳에 함께하셔서 내가 여기 있구나, 나를 불러주셨구나!’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오늘 복음에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저희 순례의 주제 성구였습니다. 잊을만 하면 ‘머물러라.’라는 말씀을 들려주시는 예수님!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때의 공기와 바람에 또 머무릅니다.


이스라엘을 아니, 성지순례를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시대를 통과하는 마음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2년 전 제 마음에 심긴 깨달음의 겨자 꽃씨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삶의 어려움 속에서, 이제는 모든 걸 마련해 두신 예수님의 사랑을 먼저 생각하며 조금 더 힘을 내게 되었지요.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다보면, 이스라엘로, 이탈리아로, 프랑스로 다시 성지순례 갈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날이 오면 지금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