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커피를 내립니다. 잘 볶아진 콩을 갈고 물을 끓여 부으면, 기분 좋은 거품과 은은한 향이 피어오릅니다. 그 모습과 향기를 음미하다 보면, 물이 내려와 커피가 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그 모습을 보고 향기를 맡을 때마다, 언젠가 저를 찾아왔던 르완다 커피 재배자들을 떠올립니다. 자신들이 생산한 커피가 ‘공정무역 커피’라며 자부심을 보였던 그 여성들의 눈빛은 강렬했습니다.
공정무역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자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무역입니다. 이 르완다 커피는 ‘여성들이 자립해 만든 커피’입니다. 이들의 자립을 도우려는 사회적기업이 제값을 주고 수입한 커피입니다.
르완다의 여성들은 오랜 시간 힘든 노동과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어 내야 했습니다. 내전과 집단학살의 역사가 반복되었습니다. 많은 이가 남편을 잃는 슬픔을 겪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잔인한 성폭행 범죄의 대상이 되어 미혼모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탓에 억압적인 가정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살아야 했습니다. 자녀들도 돌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가 경제적 자립을 꿈꾸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르완다의 커피는 품질이 좋습니다. 커피 농장에서는 일할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문제는 커피가 잘 팔려도 커피 재배를 위해 노동하는 이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데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노동해 커피를 수확해도,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돈을 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커피를 사가는 나라의 대기업들은 돈을 벌었습니다. 싸게 사서 자기 나라 소비자들에게는 비싸게 팔 수 있었으니까요. 고용주들도 어느 정도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직접 재배하는 이들은 하루 몇 달러 벌기도 어려웠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낮은 처우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끼리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여성의 커피 협동조합을 만들어 같이 경영하기로 했습니다. 경영자도 자신들 중에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공정무역만을 하는 사회적기업과 거래를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이제는 그 맛과 향에 반해 계속 주문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여라.” 하고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사랑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이,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공정무역 커피 한 잔을 통해서도 지구 반대편에 가 닿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