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 나가면 어떻게 하지?’
‘참포도나무’에 관한 복음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저를 사로잡는 마음은 바로, ‘잘려 나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었습니다. 실제로 주님께서는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신다.’라고 하시니, 이 불안한 마음은 나름 타당한 근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걱정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하느님을 싫어하게 만들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싶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안한 마음이 있으면 조금 더 노력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노력한 대로 일이 잘 풀리면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늘 노력한 대로 잘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뒤통수가 따끔따끔하지요.
‘하느님께서 실망하실 텐데….’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 심판하실 텐데….’ ‘잘려나갈 텐데….’
예를 들어, 어느 훌륭한 분이 계시는데 이분께서 나를 볼 때마다 나에게 실망하시고, 심판하시고, 이래라저래라 참견하신다면, 우리는 이분을 존경할 수는 있지만 좋아하기는 힘들 것이고, 웬만하면 이분을 피해 도망 다니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좋아하기도, 가까이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더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이 오히려 우리를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하느님에게서 떠난다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께 배은망덕한 일이 되거나 벌 받는다고 하니, 가까이 갈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숨막히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부족한 자신을 비난하며 죄책감과 좌절감 때문에 우울해지거나, 이렇게 애쓰며 노력하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안일하고 이기적인 주위 사람들을 비난하고 미워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복음을 잘 살펴보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너희는 내 안에 머물러라. 그럼 된다.’라고만 하시죠. 사실 잘 가꾸어진 가지는 나무에 붙어있기만 하면 알아서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는 이미 ‘깨끗해진 가지’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비록 부족하고 약하지만 이런 우리를 아끼시고 살피시는 주님을 만날 때, 우리는 주님이 좋아지고 함께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님의 너그러움을 만나면 감사하고 기쁘겠지요. 기뻐하는 사람은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워지고 주님께 닮아가는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누리는 생명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의 자비로움을 믿는 것’ 뿐입니다. 만일 우리의 삶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주님과 함께하지 못해서 임을 눈치채고, 그런 우리에게 여전히 너그러우신 주님을 다시 만나면 됩니다.
그러니 주님의 자비를 더 깊이 만날 수 있기를 청하시고 청한 바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글 | 조원기 베드로 신부(교구 생명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