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없는 나라에 살게 된다면?
‘가평 사과’, ‘화성 포도’와 같은 말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2050년이 되면 경기도의 사과 재배지는 2%만 남고, 포도 재배지는 3%만 남는다고 합니다. 소설이 아닙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낸 보고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원인은 ‘기후변화’입니다. 경기도의 포도와 사과가 유명한 이유는 경기도에 적절한 기온과 강수량을 가진 지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재배에 적당한 땅이 줄어듭니다.
그럼 앞으로 그 땅은 어떻게 될까요? 온도가 더 올라가면 아열대 과일을 재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오르면요? 포도와 사과만 살기 어려워질까요?
당연히 사람도 살기 어려워집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만나 파리기후협정을 맺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각국 대통령과 총리들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200년 전에 견주어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왜 1.5도일까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면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체온도 정상에서 1도 이상 오르면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1.5도를 넘어 38도가 되면 고열로 판정받아 치료 대상이 됩니다.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지구의 온도는 정상 온도에서 1도 정도 상승한 상태입니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갑니다. 이상 저온과 이상 고온이 오락가락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빈곤 국가에서는 물이 부족해지고 식량이 사라지면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올라가 1.5도를 넘으면, 지구는 본격적으로 병든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겠지요. 처음에는 포도나무와 사과나무가 없어지지만, 나중에는 사람이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겪을 일입니다.
거리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에서는 여전히 탄소가 다량 배출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중 40%는 탄소를 내뿜는 석탄발전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모든 것이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참포도나무요 아버지는 농부이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안에 머물러야 열매를 맺게 된다는 말씀이겠지요. 그런데 인간은 너무 큰 욕심을 부리다가, 포도나무로 자신을 표현하시는 예수님께서 머물 자리조차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머물 세상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일은, 경기도에서 포도나무를 지키는 일임과 동시에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게 바로 포도나무이신 주님 안에 머무르는 행동이 아닐까요?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