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버지!
복음서가 전해주는 예수님의 기도는 모두 ‘아버지’라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마태 11,25).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마르 14,36).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요한 17,1).
유다 문화 안에서 이 표현은 어린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정겹게 부를 때 사용하던 아람어 ‘아빠’(Abba)라는 단어의 번역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평소 지극히 친근하고 다정한 어조로 아버지이신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신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유다인들에게 있어 하느님이란 존재는 꽤나 멀리 계시고, 무척이나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따라서 그 누구도 감히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 있어 하느님은 너무나 편안하고 따뜻한 아버지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자녀다운 신뢰와 존경은 바람직한 기도 생활의 두 기둥입니다.
골고타 언덕에서의 끔찍한 십자가 죽음을 고스란히 예견하신 예수님께서는 너무나 마음이 심란하고 괴로운 나머지,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바쳐 온 몸과 마음으로 기도하셨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살벌한 죽음의 현장, 그 모습이 너무나 끔찍했기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루카 22,42).
그러나 예수님의 기도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최종적인 결정은 아버지께 맡겨드립니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우리 자신의 편리함이나 안락함, 만사형통이나 승승장구를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주님의 뜻, 주님 나라의 완성을 위한 기도여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치는 모든 기도 끝에 이 기도를 덧붙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리 내어 기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기도한다고 하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기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자신을 앞세우는 기도’입니다. 그러나 기도의 본질은 ‘모든 것을 하늘 아버지께 의탁하는 것’에 있습니다. 자기를 앞세우는 기도를 지양하고, 하늘 아버지의 손바닥 안에 누워, 그 사랑에 몸을 맡기는 은혜의 때가 참 기도의 때입니다”(‘하늘 아버지께 드리는 77가지 기도’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 생활성서).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